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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영화 '재심'을 보고 왔습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갔는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팩트'와 '재미'를 적절하게 섞어놨더군요. 예전부터 약촌오거리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접해왔고, 그것이 알고싶다 등을 통해서 심각성을 느껴왔기 때문에 더더욱 재심이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출연자들의 연기도 모두 좋아서 더더욱 볼만 했구요.

이미 많이 알려진 사건이라 '스포'가 될만한건 없을 듯 한데요. 최대한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는 것은 쓰지 않고 정리해보겠습니다.



재심 주인공 두명 중 한명. 변호사 역을 맡은 쓰.. 아니 정우.

응답하라(시리즈는 다르지만) 출연진 두명이 친구로 나왔더군요 ㅎㅎ


처음에 정우가 출연했을때 살짝 이질감이 느껴졌는데 역시 연기를 잘하니 금방 캐릭터에 몰입이 되더군요. 이번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에서 어느정도 탈피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억울한 남자 강하늘.

개인적으로 이 배우 참 좋아합니다. 동주 같은 작품에도 나오고, 연기력도 좋고 스펙트럼도 은근 넓어요. 거기다가 인성도 좋은것 같아서 앞으로 롱런했으면 하는 배우 중 한명 입니다.


약촌오거리는 전라북도 익산시에 있는 곳 입니다. 찾아보니 주소는 익산시 영등동 213-34로 나오네요. 일단 교차로도 아니고 오거리면 CCTV같은게 하나 있을만도 한데.. CCTV만 있었더라도 이렇게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았을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생하지도, 억울하지도 인생을 낭비하지도 않았을거에요.


사건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1.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 였던 40세 유씨가 신원불명의 범인의 칼에 12군데를 찔려 사망.

  2. 관할서인 전북 익산경찰서 형사들은 현장의 '목격자'인 최군(당시 16세로 다방 커피아가씨를 태우고 다니는 일을 했음)을 갑자기 '용의자'로 보고 수사.

  3. 경찰 조사와 검찰 송치 그리고 재판까지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면서 최군이 '범인'으로 결정.

  4. 1심에서 징역 15년 확정 됐으나, '반성하는점'을 참작해서 5년 감형해 10년 선고.

  5. 최군 역시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고 그렇게 10년 복역.

  6. 2010년 출소.

  7. 2015년 재심 확정.

  8. 2016년 누명을 벗게됨


이렇게만 보면 간단한 사건 같지만 당사자는 가장 행복했어야할 나이에 말도 안되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10년을 교도소에서 썩어버려야 했습니다. 그냥 살다 나오는게 끝이 아닌 출소 후에도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수근거림을 감수하고 살아야 했으니 바깥세상은 '창살 없는 감옥'이었을 것 입니다.



수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고, 해당 형사의 강압적인 수사방식이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을 만들어냈을까요.. 제가 살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경찰은 정의의 사도'가 아니라는 점 입니다.

저 역시 '피해자'로서 경찰서에 몇번 가봤지만 일을 쉽고 빠르게 처리하고자 하는 '공무원'이지 '진실과 정의'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열심히 일하시는 경찰분들도 상당히 많겠지만 그런 분들이 소수가 되어선 안되는데 현실은 항상 안타까움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영화 재심 감독이 꽤 잘만들었다고 생각이 되는 것이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은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 꽤 많이 등장한 소재이고, 해당 내용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조금 뻔하고 지루해질 수 있는 요소가 있는데, '팩트'에 영향을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적절한 MSG를 첨가해서 재미를 더했습니다.

해당 사건에 대해서 아시는 분들도 재심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재심 보고 오신분들은 약촌오거리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 되었는지 궁금하시겠지요? 그 중에서도 악마같은 형사와 검사가 어떻게 되었는지 그 결과가 가장 궁금하실것 입니다.


제일 왼쪽에 있는 사람이 약촌오거리 재심 사건을 맡아서 무죄를 이끌어 냈던 박준영 변호사 입니다.

참으로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똑똑한 머리로 얼마든지 편한 사건 많이 맡아서 돈 벌고 살 수 있을텐데 이런 사람이 있기에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 유지 되는게 아닐까 싶어요.

박준영 변호사 참 사람이 선하게 생겼지요.


지금은 일반인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최씨는 이렇게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서 나옵니다. 지금은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고 해요. 만약에 '무죄'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면? 아이들에게도 끔찍한 삶이 될 것 입니다.

익산이 좁은 동네라 살다보면 분명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주변 수군거림을 통해 듣게 될텐데.. 그로 인한 상처.. 그리고 살인범의 자식이라는 생각에 큰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 입니다.

법이란게 이렇게 무서운거죠..

영화 속에서 최군의 엄마는 국민 엄마인 김혜숙씨가 맡았는데요. 다행히도 영화 처럼 건강이 많이 안좋고 그런 상태는 아닌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오늘 영화관에서 재심 보면서 어머니가 실제로도 몸이 많이 안좋으신줄 알고 정말 눈물나는 팔자라고 생각했거든요 


재판부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로는 공소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최씨의 자백이 경찰의 강압에 의해서 작성된 것으로 합리성이 결여되었다고 본다."라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심 영화에 나왔던 것 처럼 실제로 강제적으로 저런 진술서를 작성 했습니다. 저 글을 쓰면서 얼마나 무섭고 억울했을까요. 그냥 그 주변을 지나갔을 뿐인데 갑자기 한 사람을 무자비하게 죽인 살인범이 되라고 하니... 하늘이 무너지고 눈앞이 캄캄할 것 입니다.



질문 : 피의자는 다른 사람을 카롤 찍러 죽인 사실이 있는가요.

답변 : 예,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런일을 당했다면 어땠을까요..


"약촌오거리 버스정류장 앞 노상에서 택시 기사를 죽인 사실이 있는데, 이에 대하여 성실히 진술 하겠습니다."

"택시기사 아저씨가 저에게 욕을 해서 제가 택시를 세워 말다툼을 했습니다. 아저씨가 저를 때려서 화가나 오토바이 의장 밑에 있던 칼을 꺼내 어깨를 잡고 찔렀습니다."


그냥 오토바이 타고 지나가던 중이었을 뿐인.. 학교를 다녔다면 중학교 3학년 밖에 되지 않았던 어린 아이를... 경찰 몇명이 강제로 범죄자로 만들어버린 것 입니다.


현장에 데려가서 "이렇게 했잖아!" 하면서 저런 사진을 찍은 거죠..

영화속에서도 나오듯 실제로 형사가 원하는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몸 여기저기를 폭행했습니다. 간첩 잡는 것도 아니고.. 민중의 지팡이이자 사람들을 지켜줘야할 경찰이 저런다니 더욱 무섭지요.


그리고 실제로 태코미터(타코미터) 분석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최군이 사건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에 통화기록이 있었다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지요.

'진범'은 당시에 범행을 저지른 후에 근처에있던 친구집에 숨어 들어갔습니다. 그 친구 역시 진범을 숨겨주었구요.


진범이 있어도 부패한 경찰과 검찰이 살기 위해서는 무시해야 하는 상황..

황상만씨도 피해자 중 한명 입니다. 나중에 진범이 잡히고 나서 해당 사건을 담당했던 분인데.. 진실을 파고 들려고 하니 '좌천'당해버렸지요. 끝까지 복귀하지 못하고 지구대에서 정년퇴임 하셨다고 해요.. 이렇게 좋은 경찰도 있어서 천만 다행 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올바른 사람'은 이렇게 성공하지 못하는 시스템이라 참으로 눈물이 납니다.


해당 사건이 일어나고 난 뒤에 실제로 군상경찰서에 진범에 대한 첩보가 입수되었습니다.


당시 25살이었던 '진짜 범인'을 도피를 도운 친구가 잡히게 되었고 진범도 같이 잡아 수사를 했는데 진술을 통해서 <범인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구체적인 진술>이 나왔고 그 친구 이외에 주변 인물들의 진술까지 참고해봤을때 해당 사건의 진실과 상당히 겹치는 부분이 많았기에 그 무엇보다 신빙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건을 지휘한 '검찰'이 계속해서 수사를 방해했는데요.

'구속영장청구'를 반려시키고, 영화 처럼 쓰레기 매립장을 수색하겠다고 하는데도 '반려'시켰습니다. 그리고 긴급체포기한 72시간이 지나버리자 풀리게 되었고 갑자기 정신병원에 입원을 해서 "심신미약으로 인해서 허위진술을 했다."라고 주장하며 흐지부지 끝이 나버렸습니다.

그리고 자백을 했던 그 범인의 친구는 죄책감 때문인지 몰라도 2012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자 그 나쁜 경찰은 어떻게 됐을까요?


자살했습니다.(영화 재심 속에서 한재영 씨가 맡았던 담당형사가 아니라 그 중 한명이라고도 합니다.)

저는 정말 잘됐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가 최군 한명이 아닐 것 입니다. 본인들이 편하게 사건을 해결하고 살기 위해서 엉뚱한 사람을 10년이나 갇히게 했으니 범죄자 보다 더 무섭다고 생각합니다.

재심이 시작되고나서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웠던 박 경위(진급했나보군요 ㅋ)는 가족들에게 괴롭고 죽고싶다고 이야기 했었다고 해요. 지난 10년간 최씨와 그 엄마가 겪었을 고통의 1/100이라도 맛보고 갔으니 다행이군요.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담당 검사 및 2003년도에 진범을 풀어줬던 검사 둘다 잘먹고 잘살고 있습니다. 고위 간부로 승진도 했다구요.^^


그럼 진범은?

이름 바꾸고 평범하게 살고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제가 가장 궁금했던 부분..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피해자인 최씨에 대한 보상은?

대한민국이 헬조선인 이유는, 억울하게 갇히게 되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데 이게 '최저임금의 5배'가 보상의 기본 베이스라고 하네요. -_-;

전과자가 되어버리고 인생의 일부가 날아가고.. 본인도 가족도 죽고싶을 정도로 괴로움을 겪는데 참 웃기지도 않은 일이지요.

최씨는 10여년을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는데, 최저 1억 8천만원에서 최대 8억원대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아마 미국이었으면 수십억 수백억을 보상받았을 일인데.. 한국의 수준을 알 수 있습니다.


재미있게 보셨나요? 주변에도 많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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