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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킹'을 어제 봤습니다. 조인성(박태수), 정우성(한강식), 류준열(최두일) 조합이 내심 그렇게 내키지 않아서 고민을 하다가 사람들이 내용 구성은 괜찮았다고 하길래 할인 쿠폰도 생기고 해서 보러 갔지요.


재미 자체를 떠나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이 끝나가니 이런 영화도 나올 수 있구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명박-박근혜 10년간 얼마나 언론과 문화 통제가 심했는지..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잘 아셨을 거에요.


이름이 알려지고 나서 계속 일이 끊이질 않았던 송강호가 영화 '변호인' 찍고 2년이나 쉬어야 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더킹 후기 어땠는지 스포없이 적어보겠습니다.





더킹 러닝타임이 134분으로 두시간 하고도 14분을 더 봐야 합니다. 그러니 미리 화장실 잘 다녀오세요^^



"자존심 잠깐이다.. 누군 서울대 안나오고 누군 사시패스 안 했냐"


다들 최고의 대학을 나와서 어려운 시험쳐서 검사되었지만, 출세하는놈 따로 있다는 뜻 입니다. 사건의 배경은 인권이 탄압당하고 민주화가 아직 꽃피지 못했던 시기.. 


정치적인 문제들을 다루기 때문에 '전혀' 관심이 없다면 조금 지루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졸지 마시하고 정우성, 조인성을 투입하지 않았나 싶어요.


여성기자 몇명이 모여서 극찬의 리뷰한게 있는데 그건 읽지 마시길; 생각없이 눈만 뜨고 본듯한 느낌의 평점과 후기..




영화 자체는 꽤 잘만들었다고 생각이 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악역에 조인성과 정우성은 정말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더킹 초반 조인성 고등학생 시절 장면도 영화를 너무 급하게 만든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눈에 거슬리는 장면들이 많았는데요. 곧 나이 40을 바라보는 조인성이 아무리 동안이라 하더라도 고딩 역할을 맡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으나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1980년대에 왠 아*다스 저지람;


마치 말죽거리 잔혹사 + 친구 느낌을 살려 보려고 한듯 하지만 대학생 졸업작품 느낌나는 어설픔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정우성은 검찰 내부에서도 실질적인 권력을 잡고있는 실세로 나옵니다. 김기춘이나 우병우가 과거에 이정도의 권력을 쥐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검찰이 정치인, 기업인들을 '작업'해온 역사를 보면 언제나 저런사람이 있었고 앞으로도 '검찰 개혁'이 없다면 계속 존재할 그런 인물로 보였습니다.


물론 펜트하우스 술판 장면 같은것은 요즘 세상에 힘들겠지요.



조인성은 목포 촌놈으로 양아치처럼 살다가 어느날 깡패같았던 아빠가 검사에게 무릎꿇고 애걸복걸 빌며 얻어맞는 장면을 보면서 "저것이 진짜 힘이다."라고 느끼게 되고 그때부터 공부를 하게 됩니다.


조인성이 공부를 하는 과정을 좀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장면이 있는데, 초보 작가가 개그 코너 짠것처럼 너무 어정쩡한 느낌이었고 쓸데 없이 길게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조인성은 검사가 되었으나 본인이 생각했던 그런 '파워풀'한 '검사님'의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가 먼 '공무원' 생활을 반복합니다. 그래도 예쁘고 집안 좋은 여자(김아중) 만나서 장가도 잘가고 술술 풀리는 인생이었지만 뭔가는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러다 한 사건을 맡게 되는데.. 집안 빵빵한 쓰레기가 저지른 사건을 그냥 넘기지 못하고 파고 드는 와중에 갑자기 선배 검사가 찾아와서 '청탁'을 하게 되고 그 대가로 '권력'의 길을 열어주게 됩니다.



그렇게 조인성은 정우성이 장악하고 있는 검찰 조직의 핵심 중 한곳인 '기획전략실'로 들어가게 됩니다.


여기서 고등학생 시절 친구였던 류준열이 나오는데.. 저는 손가락 타투 보고 무슨 래퍼인줄 알았습니다. 그 시절 전라도 깡패들 중에서 그런 문신을 한 사람이 있었을까... 싶은 느낌.


정우성 - 조인성 - 류준열 - 배성우(극중 양동철) 네사람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이끌어 나가는데. 배성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처럼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 어색하고 한숨이 나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 중 하나가, 공부+일 두가지가 인생의 거의 전부였을 검사님들이 갑자기 댄스 음악에 맞춰서 중학생 댄스부 처럼 춤추던 장면은 잊혀지지가 않네요.(정우성이 버스 안에서 부르던 것도 실소가 터져버렸음 ㅜㅜ)





정우성 연기는 아수라에서도 한번 말이 나왔었지만, '나쁜 남자' 혹은 '쎈 캐릭터'를 소화하기엔 지울 수 없는 '착함'이 묻어 나옵니다. 그의 발성이나 말투가 항상 발목을 잡는데 이번 더킹 역시 착한 남자가 억지로 나쁜연기를 하는 듯한 모습을 영화가 끝날때까지 봐야 하는데, 이 역시 저에게는 조금 힘든일이었습니다.


<위 장면은 적절한 시기에 자신들을 위해 터뜨리려고 사건을 보관해놓는곳>


그리고 조인성 역시 목소리와 말투가 착한 대학생 느낌이라 캐릭터가 어중간해져버리는 장면이 여러번 나오게 되는데요..  정우성과 함께 수트 입은 훌륭한 기럭지가 주는 비주얼은 10점 만점을 주고 싶으나 두사람의 연기력을 지적하는게 아니라 캐릭터와 그들이 모든게 너무나 맞지 않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더킹 류준열 사투리 연기


조인성과 친구로 나오지만 누가 봐도 한참 동생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고, 어설픈 전라도 사투리 연기는 류준열이 연기 못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아이돌 가수의 첫 데뷔작 같은 어설픈 배우로 비춰지게 만들었습니다.


류준열이 행동대장급에서 강남을 휘어잡는 보스급 캐릭터로 서서히 성장을 해나가는데 아무리 봐도 졸업을 앞둔 고3 일진 느낌을 영화 보는 내내 지울 수 없었습니다. 


류준열의 목소리 톤이나 발성 역시 깡패 연기와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았어요. 더킹 감독이 영화를 풀어가는 과정이나 의도 자체는 정말 좋았으나 너무 흥행을 위해서 잘못된 배우들을 썼다는게 아쉬울 뿐 입니다.


오히려 조연들은 정말 각자의 캐릭터를 120% 살려 잘해주었습니다. 주연급들 빼고 모두 캐스팅을 잘 했다고 볼 수 있는 아이러니..


만약에 주연급 배우를 좀 더 무게감 있게 캐스팅 했고, 콧털 삐져 나올정도로 코웃음 쳐야 했던 어설픈 억지 개그 장면만 제외했다면 아마 손꼽히는 역대급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킹은 굳이 비교를 하자면 급하게 잡힌 파티 스케쥴을 맞추기 위해서 정말 좋은 '한식 재료'들을 갑자기 '양식 주방장'에게 맡겨서 먹는 사람들로 하여금 비주얼이 좋긴 한데 뭔가 행사 목적에 맞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맛이 있는 것 같가다도.. 씹을 수록 적응되지 않는 맛에 젓가락이 그리 바쁘게 움직이지 않는 테이블을 보는 느낌.




정우성, 조인성 두사람은 정말 잘생기고 멋있긴 하지만 더킹을 곱씹어 볼 수록 확실히 미스캐스팅이었다는 생각을 반복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장면도 -_-; 영화를 못보신 분을 위해 자세히 설명은 하지 않겠지만 상식적으로 류준열이 무슨 고성능GPS 칩이 박힌 미사일도 아니고.. 어찌 그렇게 찾아서 때려박는지..


그냥 뒤에서 쫒아가다 박거나 누가 봐도 저렇게 사고를 낼 수 있겠구나~ 싶은 장면이 나와야하는데 너무 당황스러웠음..



더킹 장점은 없나?


물론 있습니다. 저는 영화 자체는 좋다고 생각을 합니다. 대한민국 정치역사를 그렇게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아 그렇구나~"하면서 쭉 훑어볼 수 있도록 만든것도 좋고 대한민국의 썩은 치부를 잘 풀어낸 것 같아 그 점에 있어서도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검찰이 어떻게 정치권에 들러붙어서 본인과 조직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지, 그 사이에서 언론은 어떻게 한패가 되는지...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었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당시의 분위기와 당선이 되고 나서 기득권 세력이 얼마나 무시를하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끌어 내리기 위해서 기어오르고 물어 뜯었는지를 좀 더 자세히 보여줬다면 좋았겠지만 영화 시간 내에 다 담기는 힘들었을 것이므로 이정도면 괜찮아고 생각 합니다.




마지막 부분으로 가서야 조인성의 연기는 괜찮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연기력이 갑자기 좋아진게 아니라 그냥 어울리는 분위기로 가는 거죠. 이것만 보더라도 절대 캐릭터가 강한 연기를 하면 안된다는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 그리고 잊었는데 정은채인가.. 조인성 여동생으로 나온 사람도 연기랑 사투리가 아니었음.. 



차라리 안희연 검사(김소진)를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사투리가 어색했다는 말도 있지만 오히려 저는 디테일한 부분을 아주 잘 캐치해서 연기했다고 봅니다. 경상도 여자가 서울에 올라와서 어중간하게 섞였을때 딱 저런 말투가 나오는데 아마 저와 같은 경상도 사람들은 대부분 사투리 연기 잘하네 하셨을 거에요.


그리고 타협을 모르는 여검사 캐릭터의 말투, 표정 모두 좋았고, 김의성(들개파 두목 김응수)씨는 생긴것 때문에 악역을 항상 많이 맡는데 그의 연기력은 이번에도 좋았고 잘 어울렸습니다. 그리고 잠깐잠깐 나오는 고아성도 칭찬해주고 싶은데요. 이름이 꽤나 알려져있는 배우지만 눈에 그렇게 띄지 않는 조연 역할을 맡았는데 몇씬 되지 않는 그 마저도 정말 잘해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민재(기자), 한수연(마담) 모두 좋았구요.


더킹 결론을 내려보면 영화 의도, 줄거리 괜찮았다. 주연 배우들만 바꿔서 영화 다시 한번 찍어봤으면 좋겠다. 오히려 조연들이 참 좋았다. 이정도로 볼 수 있겠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한번 꼭 보시라고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라도 보고 대한민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썩었는지.. 알아두고 정말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 투표할 마음이 생긴다면 저는 돈값은 충분히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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